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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 감성 에세이

🪻 꽃은 핀 다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 피고 지는 것의 균형

1. 피는 순간이 전부는 아니다

꽃은 흔히 절정을 상징한다.
어떤 식물은 오랜 기다림 끝에 단 하루만 피고, 어떤 꽃은 피었다가 서서히 시들며 자신이 피었던 이유를 증명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꽃은 피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피어나는 순간’만을 찬란하게 여긴다.


그래서 성장도, 성공도, 사랑도 모두 최고점에서의 이미지로 기억되길 원한다.
하지만 식물은 다르다. 꽃이 피었다고 생애가 끝나지 않는다.


꽃은 지면서도 생명을 나누고, 그 안에 씨앗을 남기며 다음 생을 준비한다.
절정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그 고요한 생명의 작업은,
피는 것보다 어쩌면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 꽃은 핀 다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 피고 지는 것의 균형

2. 무너지지 않고, 서서히 내려놓는 식물의 방식

 

꽃은 갑자기 지지 않는다.
햇빛이 사라지고, 바람이 불고, 물이 조금씩 부족해져도


그들은 ‘지는 준비’를 한다.
색이 옅어지고, 모양이 작아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 장씩 잎을 놓는다.
이 과정은 무너지지 않는 균형이자, 내려놓음의 기술이다.

 

사람도 그렇다.
성공 이후, 주목 이후, 열정 이후에
조용히 자신을 정돈하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지는 연습을 하는 것.

 

꽃이 피는 건 누구나 알아본다.
그러나 꽃이 지는 걸 지켜봐주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지는 시간도 존엄하다는 걸 배워야 한다.

3. 아름다움은 유지가 아니라 흐름이다

사람들은 ‘유지’하려 한다.
피어난 순간, 성취한 순간, 사랑받는 순간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꽃은 유지되지 않는다.
피는 순간조차 ‘지는 준비’를 함께 하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꽃은 흘러간다.
아름다움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것임을 식물은 알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는 일은
삶에 균형과 리듬을 불어넣는 중요한 과정이다.


모든 것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고,
그렇기에 내려놓는 타이밍을 안다는 것은 인생의 또 다른 성숙이다.

 

꽃이 지는 건 슬픔이 아니라,
또 다른 계절을 준비하는 조용한 움직임이다.
그 안에는 후회가 아닌 순환의 기운이 담겨 있다.

4. 나는 아직 지는 중일 뿐이다

누군가는 지금 ‘지고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빛나던 시기를 지나, 무언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식물은 말한다.
“지는 건 끝이 아니라, 씨앗을 남기는 시작”이라고.


내가 무너지는 게 아니라,
나는 지금 내 안의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꽃은 피고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건 자신을 놓아주는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방식이기 때문이다.